•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이 더욱 치열하게 대립각을 세운다. 

    '2016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 우수작품 선정작'으로 선정된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올해 2월 초연 당시 전 회차 매진 기록과 함께 평균 객석점유율 102%를 달성했으며, 지난 19일 폐막 3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한 방송의 백분토론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형식의 연극이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질문, 즉 창조론과 진화론 중 어느 쪽이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정치, 사회, 과학, 종교, 예술 각계의 인사들이 모여 100분간 열띤 토론을 펼친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민준호는 24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6년 전 작품을 구성하고 대본을 완성했다며 "초안의 엔딩은 지금과 다르다. 매년 새로운 기술과 이론이 나오기 때문에 업데이트돼야 하는 내용이 많더라.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고 결론이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보완했다"고 밝혔다.

    XBS '백분토론'의 사회자 '신석기'(홍우진-정재헌-조원석)가 프랑스 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1897년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보여주며 극의 시작을 알린다. 원제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로 극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무신론자인 진화생물학 박사 전진기(진선규-차용학), 기생충 전문가 현충희(유연-홍지희), 종교철학을 연구한 개그맨 육근철(김늘메-김종현)은 진화론을 주장하며 해외파 천문학자 우지현(이지해-서예화), 기독교 신자인 분자생물학 박사 이성해(정선아-백은혜), 괴짜 뇌과학자 나대수(오용-양경원)는 창조론을 지지한다. 

    '전진기' 역의 배우 진선규는 "故(고) 성재기 남성연대 상임대표의 토론 장면을 보고 '정말 고집이 세구나' 생각했고, 너무 인상적이었다.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많이 따라했다"며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기독교인이라 종교를 비판하는 게 힘들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극중 갈라파고스 제도, 노아의 홍수가설, 다윈의 블랙박스, 메타인지, 분자생물학, 빅뱅이론, 사이보그,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유전자 가위, 인공지능, 자연선택이론, 종분화, 지적 설계론, 팽창우주론, 흑사병 등 일상샐황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용어들이 대거 등장한다.

  • 민준호 연출.
    ▲ 민준호 연출.
    작품은 다소 어렵고 불편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만큼 철저한 자료 준비와 분석 과정을 거친 끝에 방대한 과학·종교적 지식을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본화했다. 실제 제작진과 배우들은 '창조론'과 '진화론'에 관련된 전문서적부터 동영상, 대학 강의 등을 참고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공부했다.

    민준호 연출은 "창조론과 진화론에 관한 양측의 주장은 쉽게 결론을 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각자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극중 인물들이 대신 싸워줄 테니 현실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기 보다는 존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본을 썼다"고 말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무대 가운데 사회자를 중심으로 패널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서로 마주보게 착석했으며, 75인치 모니터 5대에 실시간으로 자료화면과 패널을 송출하는 영상 시스템을 도입해 토론 방송 스튜디오를 실감나게 구현해냈다. 패널들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관객들이 전체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민 연출은 "좋은 공연이라는 정답이 존재할 수 있지만, 무대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곳이다. 무대는 4차원의 도화지라고 생각한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이 그랬듯 세상 모든 작품이 그 도화지를 향한 용기와 도전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정답을 안겨주는 작품이 아닌, 또 다른 생각과 무대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 양경원 배우는 "유·무신론 상관없이 남녀노소 많은 관객들이 보러오길 바란다. 토론 형식의 연극이라 해서 '지루하지 않을까, 편협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오히려 그런 관객들이 와서 좋은 영향과 고민을 받아갔으면 좋겠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7월 9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한다. 전석 4만원. 문의 02-744-4331.

  • [사진=공연배달서비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