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권한분산·법관독립 주장"이 인선 배경… 개혁, 법원 향하나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오후 춘추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김형연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임명한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오후 춘추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김형연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임명한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김형연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임명했다.

    평소 대법원장 권한 분산과 법관 독립을 주장했던 소장파 판사로 사법개혁에 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져, 사법행정권사태와 전국법관회의 소집 등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법조계와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맡게 될지 눈길을 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오후 춘추관에서 열린 오후 브리핑에서 △법무부차관에 이금로 인천지검장 △대검찰청 차장에 봉욱 서울동부지검장을 승진 발령하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김형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임명하는 인선안을 발표했다.

    이날 인선에서는 법무차관·대검차장 인사보다 청와대 법무비서관 인사가 더욱 눈길을 끈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검찰권력교체는 지난 19일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발령되면서 이미 총성이 울렸다. 이날 법무차관·대검차장 인사는 '돈봉투 만찬'으로 촉발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으로 이어진 검찰권력교체의 후속 과정일 뿐, 새로운 '충격파'일 것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사법개혁 의지가 강한 소장파 판사가 새로 임명된 것은, 이른바 '개혁'이라는 미명의 파고가 검찰 뿐만 아니라 법원 등 법조계 전체를 덮쳐가려는 전조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법원은 정권교체기에 맞물려 사법행정권사태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지난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라는 주제로 학술행사를 준비하자,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의 고위급 법관이 행사 축소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발생했다.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가 하면, 각 지방법원의 일선 판사들은 잇달아 법관회의를 열면서 대법원장의 개입 여부와 판사 인사와 관련한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 등을 추궁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53명이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과 전국법관회의 소집을 공개 요구하자, 마침내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17일 "사법행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나의 부덕과 불찰 때문"이라고 유감을 표명하며 "각급 법원에서 선정된 법관들이 함께 모여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법관회의 소집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전주지방법원 본원 판사 49명이 22일 법관회의를 열어 전국법관회의에 파견할 판사를 선출하는 등 사법행정권사태가 중대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평소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과 법관 독립을 주장해왔던 일선 판사의 법무비서관 발탁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보수적인 대법원이 법원행정처의 판사 인사권 등을 통해 일선 판사들의 '튀는 판결'을 제어해왔던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현 정부가 검찰개혁을 넘어 법원을 향해서도 '사법개혁'의 특정한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수현 대변인도 이날 인선의 배경으로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비판적 목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법원 내의 이른바 소장파 판사"라며 "대법원장 권한 분산, 법관 독립을 주장하는 등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는 여론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사법행정권사태가 촉발한 전국법관회의를 통해서도, 현 정부가 의도하는 '사법개혁'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무비서관을 통해 사법제도 개혁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부가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도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 단서에 규정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손봐야 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개헌(改憲)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차제에 대법원장 권한 분산과 일선 판사의 인사권으로부터의 독립 등을 개헌안에 명문화하려는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