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여유라는 '장미꽃' 속에 숨겨진 가시 "취업비리 안돼"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5일 JTBC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5일 JTBC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약점으로 지목받던 TV토론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선보였다.

    연설 능력이 약점으로 지적받자 '중저음 연설'을 혼자 연습해 이를 극복해냈듯이, 빠르게 TV토론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5일 JTBC를 통해 생중계된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기존의 경직된 모습을 버리고 웃음과 여유를 겸비한 토론 자세를 보여줬다.

    "홍준표 후보에게 질문하겠다"고 하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내게 질문하느냐"고 당장 치고들어왔지만, 당황하지 않고 "하하하하…"로 밝게 웃으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지난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 주관 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얼굴을 보지 않고 이야기하다가, 상대 후보로부터 "국민들이 조잡스럽게 생각한다"는 비판을 듣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반응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토론을 하던 중 "포인트가 좀 다르다"고 하자 심상정 후보가 "안철수 후보는 항상 그런 식"이라고 공격해 들어왔을 때의 자연스러운 대응도 눈에 띄었다. 안철수 후보는 웃음기를 감추지 않고 "그러면 좀 다르게, 나와는 생각이 좀 다르다"며 말문을 이어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논하는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가 "또 와튼 스쿨 동문이라고 이야기하려 하느냐"고 공격했을 때에도, 안철수 후보는 "아이스 브레이킹은 되지 않겠느냐"고 태연하게 맞받았다.

    이날 토론회 도중 국민들에게 생소한 단어였던 '아이스 브레이킹'은 실시간검색 1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국민들도 다 아는 '코리아 패싱'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웃음과 여유'라는 장미꽃 속에는 가시가 있었다. 안철수 후보는 여유롭게 토론을 이끌면서도, 중요한 대목에서는 근거를 들어 따박따박 반박하며 '강철수'의 면모도 동시에 보여줬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말로는 못 이긴다"고 평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공공 부문 일자리 논쟁에서, 심상정 후보가 "OECD 공공일자리 평균은 21%인데, 우리는 7.6%로 3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하자 안철수 후보는 "OECD는 공기업이나 위탁민간기업이 빠져 있는 숫자"라고 반박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5일 JTBC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답변을 미소 띈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5일 JTBC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답변을 미소 띈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또 "재정 문제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재정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적은 부담을 드리며 재정 운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OECD 평균과는 굉장히 차이가 크다"고 부연했다.

    국민의 세 부담이 OECD 평균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인데, 어떻게 OECD 평균 수준의 공공 일자리를 마련하느냐는 반박이었다. 직전에 있었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간의 '81만 개 공공일자리 재원 조달 방안' 논쟁과 맞물리면서 설득력이 배가됐다는 평이다.

    위험한 대목에서는 상대의 논리를 역이용해 위기를 탈출하는 모습도 새로이 보여줬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안랩의 '포괄임금제'를 꺼내든 것은 안철수 후보의 인생역정에서 안랩 경영이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었는데, 안철수 후보는 여기에서 "대주주라고 경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그걸 (정의당도) 비판하고 있지 않느냐"고 역공했다.

    정의당은 평소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장해왔다. 그런데도 이미 안철수 후보가 10여 년 전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주주로만 남아 있는 안랩의 임금 문제를 거론하며, 이를 안철수 후보의 책임론으로 몰고가려 시도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가 '정의당의 논리'로 반격한 것이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향한 공격이 지난 23일 TV토론 때처럼 "갑철수냐" "MB아바타냐" 하는 방식으로 정제되지 않고 거칠게 나아가지 않고, 흡사 장미꽃 속에 숨어 있는 가시와 같은 형태로 전환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집권시 내각 구성에 관해 "청년의 꿈을 빼앗는 취업비리에 연관된 사람은 절대 쓰지 않겠다"며 "계파와 이념에 매몰되지도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청년의 꿈을 빼앗는 취업비리에 연관된 사람'은 최근 연일 새로운 사실이 폭로되고 있는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취업 의혹과 관련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계파와 이념에 매몰'이라는 측면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토론회의 모두 부분에서는 "오늘 고속도로휴게소에서 공무원을 준비하던 20대 젊은이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며 "청년들의 절망이 너무 크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 역시 이날 충북 음성의 고용정보원에서 청년들의 항의 피케팅 대상이 됐던 문재인 후보에게 칼끝을 겨눈 측면이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