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 2번 날렸지만 역전 어퍼컷 맞을 판…비분강개, 전략 다방면 논의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9 대선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의 '최후의 성전'도 개봉박두를 앞두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시절, 각각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당대표로서 카운터파트너로 마주쳤던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뒀다. 문재인 후보를 거의 그로기 상태까지 몰아넣었던 사람이 김무성 의원이었다.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무성 의원은 직후 7·30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비노(非盧) 지도부를 무너뜨렸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때의 승부는 김무성 의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15곳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는데, 원래 10곳의 지역구가 새누리당의 차지였다. 김무성 의원은 11곳에서 승리하며 새누리당의 의석을 1석 더 늘렸다. 지금은 국민의당의 대선 후보가 된 안철수 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 1석을 잃었지만, 나는 책임지고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후 제1야당의 당권은 친문패권세력에게로 넘어갔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원내대표마저 넘어뜨린 친문 세력은 '문희상 비대위'를 수립했다. 박지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호남 세력마저 2015년 2·8 전당대회를 통해 축출한 친문패권세력은 마침내 문재인 당권 체제를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거기까지였다. 미흡하기 짝이 없는 리더십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패권 세력의 당무 운영이 잘될 리가 없었다.

    김무성 의원과 문재인 후보 간의 첫 번째 진검 승부는 4·29 재·보궐선거였다. 여기에서 문재인 후보는 완패했다. 국회의원 선거구 네 곳에서 모두 패배했다. 서울 관악을, 광주 서을, 경기 성남중원 등 세 곳은 본래 야당이 차지하고 있던 곳으로, 매우 야성이 강한 지역이었다.

    정치권 관례대로라면 '문재인 지도부'는 당연히 총사퇴했어야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우격다짐으로 버텨냈다. 반 년 동안 제1야당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친문 정청래 최고위원은 "공갈"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은 "비노는 새누리당의 세작" 발언을 하는 등 '우리와 다른 편은 다 적(敵)'이라는 식의 패권심리로부터 비롯된 참변이 잇따랐다.

    이윽고 '삼세판'이자 가장 큰 승부였던 4·13 총선이 다가왔다.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의 미흡한 지도력은 마침내 당을 깨놓기에 이르렀다. 이제 김무성 의원이 마지막 일격만 꽂으면 문재인 후보는 정계은퇴를 면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러닝타임은 꽤 남아 있었고,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이 시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비박계인 김무성 의원이 너무 잘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 친박계가 등 뒤에서 칼을 꽂은 것이다. 공천권을 쥐고 흔들며 당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민심과 당을 유리시켰다.

    김무성 의원은 애초부터 이를 우려해 "공천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모든 지역구 공천을 공정하게 상향식 국민공천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아무 잡음 없이 공천이 이뤄지고 총선에 돌입했더라면 분열되고 핵심 지지 기반을 잃은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했을 것이다.

    그런데 친박계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내세워 공천권 탈취 공작을 시작했다. 밀실공천이 재연되고 왜 공천됐는지, 왜 낙천됐는지 모를 사례들이 쏟아졌다.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인천시당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왜 낙천됐는지,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고, 당 정책위의장으로서는 국회선진화법 헌법소송을 이끌며, '유승민 국회법 파동' 때 소신 있게 반대표를 던지는 등 누구보다 보수의 가치를 충실하게 지켜온 주호영 의원은 왜 낙천됐는지 아무도 알 길이 없었다.

    친박계의 비열한 배신 탓에 결국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패배했다. 반사적으로 문재인 후보는 이해 4월 8일 광주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공언했던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은퇴하겠다"는 말을 식언할 수 있게 됐다. 김종인 전 대표가, 또는 그 다른 누군가가 문재인 후보를 살린 게 아니라 친박계가 그로기 상태였던 문재인 후보를 살려낸 것이다.

    친박계의 헛발질 탓에 되살아난 문재인 후보는 마침내 정권까지 목전에 두게 됐다. 김무성 의원으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됐다. 2·8 전당대회로 선출된 카운터파트너를 1년 내내 잘 압도해오다가 최후의 일격만 꽂으면 되는 상황에서 살려준 것이다.

    이후 김무성 의원은 백의종군하면서 오로지 문재인 후보의 집권만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에 골몰해왔다. 그의 모든 행동과 수순은 이에 집중돼 있었다.

    여러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다름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집권은 그러한 영역이 아니라, 김무성 의원에게 있어서는 정오(正誤)의 문제였다. 문재인 후보의 집권을 도울 수 있는 모든 방안은 그릇된 것이고, 이를 방해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은 올바른 것이었다.

    '김무성 30시간의 법칙' 등 가끔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은 이러한 원칙에서 해석해보면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다.

    김무성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일단 발의되면 국회에서 이를 저지할 방법은 없다고 봤다. 또, 이것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는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인용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의 회동에서 그는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했고, 일부러 '행상책임' 등의 메모가 적힌 종이를 드러내면서 필사적인 사인을 보냈다.

    이러한 사인을 읽고 위기감을 느낀 친박은 드물었다. 탄핵이 의결되면 장을 지지겠다는 둥 의결된 뒤에도 각하니 기각이니 하는 둥 허무맹랑한 소리로 국민과 지지층을 호도했다. 현실부정과 망상으로 끝난 이들의 행태는 보수가 궤멸될 지경에 처한 조기 대선으로 국면을 이끌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그렇게 진행됐다. 일부 강성 세력의 현실부정 발언들이 맞아들어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김무성 의원이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한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 한 명에게 대선후보 경력을 한 줄 늘려주고 정치적 후일을 도모하게끔 하는 '작은 목적'이 결코 아니었다.

    당사자는 '확실하게 밀어주지 않고 자꾸 밖으로 곁눈질을 한다'고 불만이지만, 또 "창당 명분을 생각해보라"고 따지지만, 애초부터 바른정당의 창당 명분을 생각해보면 김무성 의원이 '확실하게 밀어줘야 할' 이유 자체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의 창당 명분은 탄핵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보수 세력을 온존해, 진보좌파의 집권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독자 수권이 가능하다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하지만, 상황과 여건이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진보좌파의 집권 저지에 기여하는 게 창당 명분에 부합하는 일이다.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단순히 누군가 한 사람의 대선 출마 의지를 뒷받침하고, 지지율에 관계없이 완주하도록 밀어주기 위한 사당(私黨)의 성격으로 출발한 게 결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무성 의원의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만은 않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염두에 뒀던 외부인사들이 뜻하지 않게 드롭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이 때문에 바른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지체되면서, 창당 의의와는 달리 다른 정당보다 별반 빨리 대선 체제로 전환하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탈당한 뒤의 새누리당이 대책없이 '탄핵무효'만 주장하면서 수습 불가능한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대선 후보를 낼 수 있는 상태까지 당을 수습해냈다는 점이다.

    이러한 난맥상 속에서 한때 그토록 우습게만 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집권까지 한 발짝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김무성 의원이 재작년부터 정치를 해왔던 모든 행보의 의미가 몰각될 판이다. 가만히 팔짱만 끼고 문재인 후보의 수권을 바라보고 있는다면, 대선 이후를 기약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대선 이후'란 없다. 2015년 새정치연합의 2·8 전당대회로부터 시작됐던 '김무성~문재인 전쟁'의 최종장이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라는 말이 있듯이, 4·29 재보선, 10·28 재보선 등 아무리 잽을 많이 날렸어도 마지막에 어퍼컷을 맞고 넘어지면 끝장이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20일 바른정당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비공개 전환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북한을 주적이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문재인을 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특별한 논의를 해야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비공개 회의를 마치고 나온 바른정당 의원들 사이에서 위기감에 사로잡혀 비분강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정병국 전 대표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떠한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를 논의했다"고 했고, 주호영 대표권한대행도 "이런 분(민주당 문재인 후보)이 대통령되면 큰일나겠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한 중진의원은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문재인을 어떻게 조질 것인지……"라고 말을 흐렸다. 과연 김무성 의원이 대선을 보름 앞두고 문재인 후보와의 '최후의 성전'에서 준비하고 있는 마지막 비장의 일격은 무엇일까.

    김무성 의원은 회의를 마치고 나서면서 "더 깊은 이야기는 고도의 전략이니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중요한 것은 러닝타임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고도의 전략이라 해도 더 이상 실기해서는 선보일 기회조차 잃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