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전재수 사과 요구… 文 "해명됐으면 됐다, 후보가 거쳐야할 과정"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3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 주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이른바 네거티브 문건 사본을 들고나와 추궁하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고개를 숙여 이를 외면하고 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3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 주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이른바 네거티브 문건 사본을 들고나와 추궁하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고개를 숙여 이를 외면하고 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전략본부 전략기획팀 명의의 이른바 '네거티브 문건' 파동이 자기파탄적 귀결으로 마무리됐다.

    문건 사본까지 들고나와 작심 추궁을 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공세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마지못한 듯 문건에 적시된 내용을 스스로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23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선후보 정치분야 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의 이른바 '네거티브 문건' 사본을 들어보이며 "내가 갑(甲)철수냐, 안철수냐"고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게 민주당의 '네거티브 문건'인데, 지역위원장에게 배포해서 아내와 딸을 네거티브 비방하라고 돼 있다"며 "문건에 '갑철수라 퍼뜨리라'고 기록돼 있기에, 갑철수인지 안철수인지를 문재인 후보에게 물어본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고 국민의 권리이지만 네거티브와는 다르다"며 "내가 공무원 임금을 30% 삭감한다는 가짜뉴스가 퍼뜨려지고 있는데, 가짜뉴스로 당선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안철수 후보의 "내가 갑철수냐"는 질문에 대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처음에는 "다시 한 번" "무슨 말인가"라고 질문의 의도를 짐짓 짐작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문건 사본이 제시되자 비로소 "주제에서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순번이 돌아온 안철수 후보가 재차 따져묻자, 문재인 후보는 "SNS상으로 이런저런 공격을 받는 것을 말하는 모양"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지칭하며 "SNS상의 악의적인 공격은 내가 여기 있는 후보들을 몽땅 합친 것보다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고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해명했다.

    앞서 문재인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경선 상대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이재명 성남시장을 향한 SNS상에서의 음해·비방에 대해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었고, 지난 19일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전인권 적폐가수 논란'에 대해서는 "내가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무관함을 호소했던 적이 있다.

    이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내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인가"라고 추궁을 늦추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대선 때 내가 더 이상 이명박정부가 정권이 연장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후보를 양보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도 내가 MB 아바타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장영달 공동선대위원장이 이끌던 희망본부가 '이명박 총감독, 안철수 주연'이라는 해괴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다가 적발돼 사퇴한 건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지난 대선에서의 후보 양보 건까지 거론하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자신이 'MB아바타'라면 이명박정부의 정권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대선에서 왜 야당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에게 대선후보를 양보했겠느냐는, 상식적이면서도 강력한 공격을 가한 것이다.

    "항간에 그런 (안철수 후보가 MB아바타라는) 말도 있더라"며 "자꾸 떠도는 이야기를 하니 내가 답할 방법이 없다"고 버티던 문재인 후보도, 마침내 이명박정부 말기에 대선 후보를 양보받았던 일에까지 이야기가 미치자 "허허허…"라고 민망한 듯 웃더니 "나는 (안철수 후보가 MB아바타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인정해야만 했다.

    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두 후보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안철수 후보 딸 재산 관련 의혹'과 관련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전재수 의원이 내 딸의 재산에 대해 의혹으로 증폭시켰다가 제대로 밝혀지니 일언반구도 없다"며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취업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북한 유엔인권결의안 사전결재 의혹'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송민순 전 외무장관에 대한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전혀 상반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지적에 대해 "(전재수 의원이) 검증을 했는데, 의혹이 해명됐으면 된 것"이라며 "그게 대선 후보가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