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도 선거 감안하면 충청서 '파격 공약'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지율 답보상태가 계속되건만, 홍준표 후보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 4일 "TK 지지율은 탄핵 이전으로 회복 됐다"고 외친 그는 같은날 JTBC의 손석희 사장을 상대로 설전을 벌였다. 다음날인 5일에는 "시청자와 손석희 박사를 한 번 생방송에서 재밌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와의 단일화에는 "대꾸하지 않겠다"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서는 "민주당 2중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행보는 여타 기성정치인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이다. 대중은 그를 향해 '홍럼프', '홍트' 등의 별명으로 부른다. 독설이 인기의 비결 중 하나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오버랩된다는 이유에서다.

    ◆ 잃을 것 없는 자유한국당, 마이웨이

    홍준표 후보가 비록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하지만, 홍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이에 못미친다. 복수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 표심은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자유한국당도 모를 리 없다. 정우택 당 대표권한대행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부산 선대위 발대식 직후 한 기자에 "오늘 YTN이 중대발표를 한다면서?"라고 물었다. 보수표가 안철수 전 대표로 향하는 여론조사를 알고 있음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그런데도 홍 후보는 이같은 화법을 계속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내가 선거법 때문에 무슨 말을 하지 못한다"며 "지사 직을 사퇴하는 10일 이후에 본격적으로 얘기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홍 후보는 이같은 행보를 계속할까. 정치권에서는 홍 후보가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현재 상황은 최악일대로 최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재판 끝에 구속 수감 됐고, 바른정당으로 분당 세력도 생겼다. 자칫 '폐족'으로 몰릴 위기다. 주어진 시간도 촉박하다. 바람을 일으켜 30여 일만에 중도까지 모두 결집한 40%를 만드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것은 스스로 하기 어렵지만 원래 하고 있던 일인 '보수 결집'은 홍 후보가 할 수 있다. 홍 후보로서는 15%이상의 지지율만 기록해도 보수 결집을 이뤄내고 선거자금도 보전받을 수 있다. 향후 당권을 넘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이다'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부산 삼광사를 찾은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부산 삼광사를 찾은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더라도 당당히, 보수 가치 지킨다

    비록 스스로를 '싸움닭'이라 부른 홍준표 후보의 행보는 겉으로 보면 '좌충우돌' 그 자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는 '좌고우면'하지는 않았다.

    홍 후보는 가는 곳마다 '강한 우파 정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드 배치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고 경남도지사 시절 도정을 통해 포퓰리즘에 대해서도 단호히 선을 그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통해 '기득권 타파'를 역설했고,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됐음을 강조하며 '계파주의 종결'도 선언했다. 명확한 정체성과 보수의 갈 곳을 잘 알고 있는 홍준표는 그 자리를 지킨 셈이다.

    '친박계의 지원이 되레 표를 떨어뜨린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진태 의원을 강원도 선거대책위원장에 앉힌점, 전희경 의원을 대변인에 임명한 점 역시 친박을 안는다는 의미보다는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전희경 의원은 '역사교과서' 등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정체성이 명확한 의원이고, 김진태 의원 역시 경선 과정에서 기업규제 철폐, 한미동맹 강화, 핵무장·전술핵배치 검토 등 확실한 보수성향을 보여줬던 인물이다.

    이런 전략은 만일 대선에 패한다고 하더라도 유효하다. 되레 가치를 잃고 무리하게 단일화를 꾀했다 패하면 흡수통합될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입장이 되레 당이 사는 길이라는 판단이다.

    표를 의식하는 '웰빙정당'의 모습에 질렸던 보수성향 지지자들은 이같은 변화를 반가워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한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은 "선거 캠프 내 분위기가 좋다"며 "선거는 구도인데, 보수세력이 뭉친다면 판은 급격히 달라진다. 우리에게 좋은 구도"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경북을 방문할 당시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경북을 방문할 당시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예외 감수한 '파격공약'으로 충청 뒤흔들어야 산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이번 선거가 치러지는만큼, 이념이나 계층보다는 다분히 지역구도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홍 후보가 충청에서만큼은 보수의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여권 성향의 정치권 관계자는 "아주 정치공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반기문·안희정이 실패했던 허탈감을 비롯해 어느 후보도 충청을 휘어잡을 대안을 내놓거나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며 "만일 홍 후보가 충청에서 치고 나간다면 선거는 어찌 될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PK출신에 낮은 지지율로 출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공약으로 충청을 공략한 전례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홍 후보 역시 6일에는 광주를 거쳐 대전 일정을 계획한 상태다. 이미 홍 후보는 전북을 방문해 '새만금 특별행정구역 추진'이라는 공약을 내놨다. 충청에서도 이같은 '히든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