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통합정신, 국민에 의한 연대 이끌 것"… 4·12 재보궐 전후 가능성도
  •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이 열린 26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이 열린 26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4·13 총선, 1·15 전당대회, 대선후보 경선 등 정치적 위기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구했던 '자강론'이 대선 본선 국면에서도 이어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안철수 전 대표는 26일 대선후보 완전국민경선 전북 권역에서 박주선 국회 부의장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또다시 과반 승리를 하며 '안풍(安風)'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최대 격전지였던 광주·전남·제주에 이어 전북까지, 텃밭인 호남을 석권하면서 사실상 본선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내달 4일까지 안철수 전 대표의 '자강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도 후보선출을 마치고 본격적인 본선 국면에 들어가면 어떤 형태로든 연대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경선 경쟁상대인 박주선 부의장과 손학규 전 대표 모두 연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박주선 부의장은 이날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개혁세력 대연합으로 호남중심 정권교체 이뤄내겠다"라며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김대중-김종필)연합과 같은 호남중심의 대연합으로 호남정권을 창출하겠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대표도 "우리는 작은 국민의당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양극단 세력을 제외한 비패권 통합세력을 모아내는 역할을 국민의당이 해내야 한다"며 "독자노선, 고립노선, 패권주의 정치로는 결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DJ는 집권을 위해서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기를 죽이려했던 김종필과 손을 잡았다"라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보수정당과의 연합도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23일 호남중진인 김동철·유성엽·황주홍 의원도 '안철수 연대 불가론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내고, "안철수 전 대표의 반(反) 연대론 내지 연대 불가론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또한 "한때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었다고 해서 앞으로 20대 국회 3년 내내 그 세력들과의 연대나 협조를 거부한다면 이 나라 정치가 어찌 되겠는가"라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새누리당 내 상당수 의원의 협조와 연대를 통해 가결시켰듯이 우리와 생각과 방향이 같을 때는 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안철수 전 대표의 자강론을 비판했다.

    경선 국면과 달리 본선을 대비하기 위해선 먼저 당내 '연대론자'들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선은 국민 민심과 함께 조직력 싸움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만큼 호남 중진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앞서 "특정인 반대를 위한, 탄핵반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연대에 반대한다"던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에도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후보합동연설회에서 두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후보합동연설회에서 두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부터 연설을 통해 "저는 일관되게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어야 국민도 믿어준다"고 자강론을 내세우면서도 "국민과의 연대가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패권주의에 반대해온 호남의 통합정신이 국민에 의한 연대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남은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호남 민심은 정권교체를 강력히 요구하는 동시에 박근혜정권의 일부를 이뤘던 보수 세력과의 연대에는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이 때문에 안철수 전 대표가 반문(反문재인) 표심을 결집하겠다며 먼저 나서서 연대론을 취하면 역으로 '정권연장'의 올가미에 씌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권주자로 거론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몰락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반면 경선 과정동안 박주선 부의장과 손학규 전 대표, 호남 중진들이 앞장서 '연대론'을 환기시키고, 안철수 전 대표가 호남을 비롯해 전국에서 안정적인 지지도를 확보한 이후 '국민의 명령'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이같은 역풍의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호남의 통합정신이 국민에 의한 연대를 이끌 것"이라는 안철수 전 대표 본인의 주장과도 배치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호남경선에서 다시 감지된 '녹색돌풍'이 충분한 궤도에 오르고, 호남 민심이 재차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닌 안철수 전 대표에게 기회를 줬다는 확신이 서는 시점에서는 바른정당 등 여권과의 연대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 때가 경선이 끝나고 4월에 있을 재보궐 선거 전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각당 후보들이 확정되고 홍준표 경남지사 등 보수주자들도 완주할 경우 안철수 전 대표가 상정했던 '문재인대 안철수'라는 양자구도도 성립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바른정당에서도 대선에 앞서 4·12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당과의 후보단일화를 제안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전북 현장·투표소 투표 결과 안철수 전 대표는 총 30,382표(유효 30,287표, 무효 95표) 중 21,996표를 얻어 72.63%의 지지를 받으면서 전날에 이어 과반 승리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7,461표(24.63%)를, 박주선 부의장은 830표(2.74%)를 받았다.

    전날 치러진 광주·전남·제주 득표를 누적하면 안철수 전 대표는 총투표 92,823표 중 69,731표를 받으면서 64.6%로 호남경선에서 압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