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선 "부울경이 대통령 바꿔", 광주에선 "호남없으면 국가없다" 주장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비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비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권 대선주자들로부터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상 첫 통합 대통령'을 꿈꾸는 문 전 대표 측이 "호남 출신 인사를 구제하겠다", "부산 대통령" 등의 민감한 지역주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국민 통합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20일 야권의 텃밭인 광주를 찾아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당하고 차별받은 인사부터 챙기고 구제하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광주전남 비전' 공약을 발표하며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호남차별은 없다. 호남은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 위치한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 사격 탄흔 현장을 둘러본 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은 헌법 전문에 기록될 것이며, 발포명령자 등 아직도 은폐된 진상은 철저하게 규명될 것"이라고도 했다. 당내 호남지역 경선(25~27일)을 앞두고 광주 민심을 구애하기 위한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나아가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드는 '재조산하'의 심정으로 '약무호남 시무국가',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는 절박함으로 광주에 다시 왔다"며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광주항쟁은 민주주의의 굳건한 뿌리가 됐고 두 번의 민주정부를 만든 것도 호남"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지역구도 타파' '통합 대통령'을 제창하는 문 전 대표가 "호남이 없으면 국가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지역감정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문 전 대표가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고 주장한 것은 지나치게 호남 민심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0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0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준표 기자
    문 전 대표 측이 전날 부산 출정식에서 "부산 대통령을 만들자"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전날 문 전 대표 측 부산 지역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 출신인 문 전 대표를 두고 "이제 다시 한 번 부산 사람이 주체가 돼 부산 대통령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우리 부산이 만들어낼 부산 대통령은 고질적인 지역 구도를 타파하고 진정한 동서 화합을 만들어낸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객석에서 웃으며 박수를 친 뒤, 연설에 나서 "부산이 디비지면(뒤바뀌면) 대한민국이 디비진다. 이번 대선에서 부울경의 지지가 정권교체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고질적인 지역 감정 조장 발언을 문 전 대표가 만류하기는커녕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며 "대통령의 할 일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있지, 어느 지역의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되고 될 수도 없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문 전 대표가 지역주의 망령을 되살려낸 것"이라고 힐난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소속 홍의락 의원도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발언"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오 위원장의 발언 전체를 맥락을 보면 영호남 전체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뜻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주의를 조장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캠프 권혁기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 안희정 후보의 멘토단장이라는 분은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수많은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을 '오물', '잡탕'이라고까지 표현했다"며 "이런 네거티브 공세는 안 후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권 부대변인은 이어 "우리당 지지자들과 호남인의 상처를 후벼 파는 네거티브 전략을 중단하기 바란다"며 "안 후보 주변에 모인 이른바 당내 '반(反) 문재인' 인사들은 더 이상 안 후보를 망가뜨리지 말라. 문재인 후보는 여전히 안희정 후보를 신뢰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당내 후보들간의 네거티브 공세로 번진 것이다.

    당 안팎에선 잘나가던 문 전 대표가 '전두환 표창장' 등의 헛발질로 자책골을 넣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제부터라도 '부자 몸 조심'의 자세로 대외활동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