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문자폭탄, 표현의 자유 넘어선 폭력행위" 자제요청...효과는 '글쎄'

  •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문빠(문재인 전 대표 열혈 지지층)'들에게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욕설이 담긴 '문자 폭탄'이 쏟아져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그만해달라"고 호소할 뿐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당 회의에서 최근 당 개헌파 의원들이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은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폭력에 가까운 행위"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우 원내대표는 "서로 막무가내 문자를 자제하고, 서로 배려하고 포용하는 정치문화를 만드려는 적절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주장을 하고 싶은 분은 민주당 홈페이지나 SNS(소셜미디어) 등으로 글을 남겨 달라"고 했다.

    최근 '문재인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민주당 개헌파 및 비문(非文)계 의원들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를 무더기로 보내거나, 후원금 통장에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혹은 4(死)원을 여러 차례 입금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도 문빠들로부터 심한 문자폭탄을 받았고, 김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중진 변재일 의원도 최근까지 문자 테러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민주당 국회의원 119명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 당의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버스 위에서 내려와! 운동'을 제안한다"며 당원 및 대선후보 지지자들을 향해 "다른 후보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자제하고 분열의 언어를 함께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우 원내대표도 "전날 119명의 서명을 받아서 경선 분위기를 보다 민주주의적으로 정착시키자는 의원들의 주장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력한 대선 후보를 돕는 의원도 다 참여했으니 사실상 당론"이라고 열혈 지지층의 자제를 거듭 요청했다.
  • 당 내부에선 그러나 지도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문계인 한 의원은 "이런 폭력적 행태가 하루이틀이냐"며 "형식적인 호소문과 요청으로는 이들의 집단적 행동을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장(首長) 문재인 전 대표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 전 대표가 열혈 지지층의 잘못된 행태를 적극적으로 자제시키고 선도해야 함에도 오히려 수수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빠들의 패권주의적 행태는 그동안 수차례 반복돼 왔다. 앞서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은 지난 1월 당 연구원이 만든 이른바 '개헌보고서'와 관련, 문재인 전 대표에게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문 전 대표 지지층은 "문재인이 권력 잡는 게 배가 아프냐" "내부 분탕질하는 자유한국당 2중대" "두 번 다시 표를 주지 않겠다" 등의 비난을 쏟아내며 비문계 의원들을 괴롭혔다.

    당시 비문 의원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일을 못할 지경"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음에도, 문 전 대표는 지지층에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정치인이라면 그런 문자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가 문자테러를 감행한 사람들은 두둔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한 피해 의원들만 비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