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외교부 공식 답변 않아…총리·국방장관 비판 발언에 주목
  • 英'로이터 통신'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 철 북한 대사를 추방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英로이터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 英'로이터 통신'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 철 북한 대사를 추방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英로이터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김정남 암살의 배후에 북한 김정은 집단이 있고, 암살범들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 VX가스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김정남 암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들끓는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북한 대사를 '기피인물'로 지정해 강제 추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英‘로이터 통신’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말레이시아 고위 관료를 인용해 “김정남 암살로 인해 자국 내 여론악화를 우려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응 방안은 고민 중”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오전 9시경(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당했으며, 그의 가족들은 현재 마카오에서 中공산당의 보호 아래 있다고 설명한 뒤 관련 사실이 밝혀지자 말레이시아 현지의 ‘반북 여론’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북한 대사가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말레이시아의 사건처리를 믿지 않는다’거나 ‘말레이시아가 한국 등 외부세력과 결탁해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면서 “말레이시아 정부 내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강 철 대사에 대해 ‘기피인물 지정(Persona non grata, 일종의 외교관 블랙리스트)’을 공표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기피인물 지정’이 되면,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본국으로 강제추방을 당하게 된다. 또한 이 사실이 공표되면 국제사회에서는 그를 외교관으로 임명해도 ‘신임장(Agrement, 귀임국의 외교관 부임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英‘로이터 통신’은 이어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비자면제협정’을 끝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북한 당국이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단교(斷交)는 물론 무역금지와 같은 외교적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다른 정부 소식통의 이야기도 전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이 같은 소식통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전화문의를 했지만 답변은 얻지 못했다”고 밝힌 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의 기자회견 발언을 가리켜 “외교적 무례로 전적으로 잘못된 발언”이라고 강력히 비판한 점이 향후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 외교관계에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이 현지 언론 ‘뉴 스트레이트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강 철 북한대사의 발언을 가리켜 “그는 ‘선’을 넘었다. 그의 발언은 외교적 부정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한 점도 향후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취할 조치를 보여주는 근거로 꼽았다.

    英‘로이터 통신’은 “말레이시아는 북한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라면서 “말레이시아는 1980년대부터 북한이 동남아 지역에서 외화벌이, 외교 활동 등을 하는데 있어 ‘허브’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북한은 김정남 암살과 이후 대응으로 인해 동남아 지역에서의 ‘허브’를 잃고 철저히 고립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