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권 촉구 움직임 본격화… 미 의회 논의에 가속도 붙을 듯
  •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서한은 외교행낭에 담겨 다음 주중 미 상원의 존 매케인 국방위원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뉴시스 사진DB
    ▲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서한은 외교행낭에 담겨 다음 주중 미 상원의 존 매케인 국방위원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뉴시스 사진DB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미 의회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논의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에서도 이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미 상원의 존 매케인 국방위원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기로 했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김정남의 암살총책이 다른 누구도 아닌 김정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 김영우 위원장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암살은 사적인 테러가 아니라 북한 정부가 진두지휘한 공적 테러"라며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필요성이 입증됐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미 의회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노력해달라는 차원에서 미 상원 군사위원장 존 매케인 의원에게 서한을 썼다"며 "내가 직접 국방위원장 명의로 서한을 썼고, 다음주 중에 외교행낭을 통해 미 의회에 보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 국무부는 국가 차원에서 국제적 테러행위에 가담하거나 이를 지원·방조한 혐의가 있는 나라를 매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북한은 1987년 11월 29일, 이듬해 열릴 예정이던 서울올림픽 개최를 저지하기 위해 승객과 승무원 115명이 탑승한 바그다드발 대한항공 보잉 707기를 안다만·니코바르 해역 상공에서 공중 폭파하는 테러 행위를 국가 차원에서 저지르면서 테러지원국에 등재됐다.

    테러지원국에 오르면 무기 및 전략·전술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일체 품목의 수출입이 통제되며, 무역 제재가 시행되고 미국 자체는 물론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에 의한 원조 대상에서도 배제되기 때문에 북한은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해왔다.

    지난 2008년 크리스토퍼 힐 당시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일시 벗어났으나, 백주대낮에 국제공항에서 주요 인사를 공개 암살한 이번 '김정남 테러 사건'을 계기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을 주도한 자료연구소가 김정은에게 직접 직보하는 1호 보고 대상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의 총책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김정은 본인을 지목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을 주도한 자료연구소가 김정은에게 직접 직보하는 1호 보고 대상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의 총책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김정은 본인을 지목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이번 사건의 총책이 다른 누구도 아닌 북한의 김정은이라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같은 당 김영우 위원장의 서한에 한층 무게를 실었다.

    하태경 의원은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이 암살총책이라는 잘못된 보도가 나가고 있는데, 현광성은 총책이 아니다"라며 "암살총책은 김정은"이라고 못박았다.

    그 근거로 "이번 김정남의 암살을 주도한 조직은 자료연구소인데, 조직도 상으로는 정찰총국 해외정보국 밑에 있지만, 자료연구소장이 김정은에게 바로 직보하는 체계"라며 "이번 암살은 김정은이 바로 지시를 내리고 바로 보고를 받았다는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각종 북한인들의 신분과 직제에 대해서도 정찰총국 소속 탈북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어느 정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의원은 "50대 둘은 지도원이고 30대 둘은 정찰대대 소속의 자폭암살조"라며 "점조직이라 한 명이 한 명을 1대1로 관리하기 때문에, 50대 둘이 각각 30대 자폭암살조를 1대1로 관리해서 두 세트가 파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체포된 인물인 이정철과 관련해서는 "장비국 소속인데 독극물을 현지에서 제조해서 제공하는 임무"라며 "독극물을 항공기에 갖고탈 수 없기 때문에 현지에서 레시피로 제조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암살총책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 현광성 2등서기관을 가리켜서는 "총책이면 계속 남아 있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현광성은 뒷수습조로, 암살자들이 도망할 때 증거인멸과 도피를 돕는 게 주임무라 계속 남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태경 의원은 "조직도를 통해서 김정은이 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