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표정 정치’ 하는 김정은, 주민들 반감만 사”
  • 지난 15일 '김정일 생일기념 중앙보고대회'에 나온 김정은의 표정. 대회 내내 이런 표정이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5일 '김정일 생일기념 중앙보고대회'에 나온 김정은의 표정. 대회 내내 이런 표정이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6일 김정일 생일 경축행사에 나타난 김정은의 모습을 보고 북한 주민들이 공포감을 느꼈으며, 세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5일 오후 6시 주민들을 기업소, 인민반 등에 모아놓고 김정일 생일 축하행사 TV중계를 보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TV에 나온 김정은의 무표정한 모습을 보고 주민들이 겁에 질렸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자강도 소식통은 “송하리 농장원들은 농촌문화회관에서, 송하리 인민반 부양가족들은 농장 연구실에서 김정일 생일 경축행사를 집단 시청했는데, TV에 나온 김정은의 표정이 어둡고 사나워 주민들이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자강도 소식통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정은이 어둡고 독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주민들은 ‘중앙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 눈치’라고 저마다 귓속말로 수군거리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TV에 비춰진 김정은의 얼굴을 보고,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직후에 있었던 2013년 12월 16일 김정일 추모대회에 나타난 얼굴을 떠올렸다며 “이번도 그 때와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주민들은 물론 노동당 지방 간부들조차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암살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TV를 통해 중계된) 경축대회 분위기가 워낙 살벌해 최룡해와 김원홍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서 “심기가 무척 불편해 보이는 김정은의 표정에 주민은 물론 노동당 간부들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과 노동당 간부들이 이처럼 긴장하는 이유가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불어닥친 ‘숙청 바람’이 다시 몰아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라면서 “TV 속에 나타난 김정은의 어두운 표정을 모든 사람들이 집단 시청, 김정남 암살과 김원홍 숙청 사실이 오히려 더 빨리 주민들 사이에 알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김일성과 김정일은 어떤 상황, 장소에서도 표정이나 행동으로 속마음을 보이지 않았다”며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뒤 일부러 화를 내거나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위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표정 정치’에 능한 모습인데, 이는 오히려 주민들의 반감만 자초할 뿐”이라고 김정은을 비난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북한전문매체와 외신들은 대북 소식통 등을 인용해 “中-北 접경지역을 통해 김정남이 암살당했고, 그 배후에 김정은이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이 북한 내부에 퍼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처럼 소문이 뉴스보다 더 빨리 확산되는 특징을 가진 사회에서는 이 같은 외부정부가 사람을 거칠수록 더욱 과장될 가능성이 높아, 김정남 암살 소식이 북한 전역에 퍼진다면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