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자문단 발족, 긴급간담회 갖고 "북한 문제 정치적 이용은 안보적폐" 주장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자문그룹 '국민 아그레망' 발족 및 긴급좌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자문그룹 '국민 아그레망' 발족 및 긴급좌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한 김정남 피살을 계기로 자신의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김정남 피살과 관련, 그동안 애매한 대북관을 보여왔던 문 전 대표를 향한 사상 검증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이다.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문 전 대표 입장에선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난 셈이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북한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전직 외교관으로 구성된 외교자문그룹을 발족시키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자문그룹 '국민 아그레망' 발족식 및 긴급 좌담회에서 북한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피살한 데 대해 "정치적인 암살이라면 저는 21세기 문명시대에 있을 수 없는 야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은 비정상적인 국가이고, 예측할 수 없는 나라다. 남북간의 신뢰를 복원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릴 것"이라며 "그런 점을 감안해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다만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을 명확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당국에서 사실관계를 빠른시일에 파악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기를 당부한다"며 북풍(北風)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 문 전 대표는 나아가 "차제에 탈북 고위 인사에 대해서도 정부 측에서 신변보호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정남 피살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하면 가장 강한 톤으로 북한을 비판한 셈이다. 김정남 피살로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보수층 결집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날 외교자문단 발족도 이번주 주말쯤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김정남의 피살된 것과 관련해 긴급대응 명분으로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의 강경 발언과 외교 관련 행보에도 불구,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의 대북관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김정남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후보가 좀 타격을 많이 입을 것 같다"고 예측하며 "'대통령이 되면 북한 먼저 가겠다', 이게 얼마나 철없는 얘기냐. 북한의 실체를 잘 모르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하 의원은 또 "문 전 대표 같은 경우엔 '북한 먼저 가겠다'는 이런 얘기는 조기에 철회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사드 배치 연기에 대한 입장도 논란이 됐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도 당 회의에서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고 ‘미국보다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하는데, 북한의 김정은과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두렵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의 사드배치 입장 변화에 대해 "제가 누차 그렇게 말씀드렸지만 사드배치는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이 맞다"며 "저는 사드배치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다음 정부로 넘겨준다면, 그 문제를 외교적으로 충분히 해결해 낼 수 있는 복안을 가지고 있고 그런 자신도 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문 전 대표의 외교자문단은 주제네바대사를 역임한 정의용 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이 단장을 맡았다. 황원탁 전 외교안보 수석·라종일 전 국가안보보좌관·이태식 주미대사가 고문을 맡았고, 간사에는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대사가, 이수혁 전 국정원 1차장 등 18명이 위원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