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조직 미비는 과제로 남아… 입당 문제 고민 깊어질 듯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환영 인파와 함께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음성(충북)=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환영 인파와 함께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음성(충북)=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1차 '대국민 귀국 보고' 일정이 끝났다. 연고지인 충청권과 보수층의 전통적 핵심 지지 기반으로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성과인 반면 정당 입당 필요성이 노출된 것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1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귀국한 반기문 전 총장은 시차 적응 기간조차 따로 없이 이튿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로 강행군을 시작했다.

    지방을 순회하는 '대국민 귀국보고'는 15일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과 충주에서 시작됐다. 이후 부산~김해(경남)~진도(전남)~광주~대구를 거쳐 충청권의 중심인 대전에서 마무리됐다.

    고향인 충북 음성과 충주에서는 각 500여 명과 3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대대적인 환영대회가 거행됐다. 부산 자갈치시장과 깡통시장, 대구 서문시장에서도 반기문 전 총장의 이름을 연호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환영 인파가 잔뜩 몰렸다.

    이처럼 충청권과 보수층의 전통적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에서 대권주자로서 관심을 제고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분명한 성과로 지적된다.

    국내를 비운 10년 사이에 '국민 갈라치기'를 일삼는 분열적 친노·친문패권세력의 독소에 의해 우리나라의 정치와 언론 환경이 상당 부분 침식됐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순수한 동기에서 뭘 하나 하더라도 이를 의도적으로 '논란거리'로 키우고, 일거수일투족을 음해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좌파 언론을 상대로 그가 "나쁜 X들"이라는 일갈을 날린 것에 대해, 국민들은 "평생 외교관료로 살아오며 외교적 수사만을 해온 그가 오죽했으면 저런 말을 했겠느냐"며 동정심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러한 것이 성과라면, 과제는 정당 입당(入黨) 문제다. 이번 대국민 귀국보고 일정 도중 이른바 '마포 캠프'의 규모로는 대선을 치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호원 사이로 한 손을 내밀자, 환영 인파가 다투어 그의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호원 사이로 한 손을 내밀자, 환영 인파가 다투어 그의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전 총장이 지난 16일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 중에서 당이 없었던 사람은 없었다"며 "설 이후에는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토로한 것도, 조직적으로 대권주자를 뒷받침해주는 정당 조직에 대한 아쉬움을 절감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정당 입당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정치권 안팎에서는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충청권 의원은 19일 본지와 통화에서 "24일 바른정당 중앙당창당대회 때 '여러분이 깜짝 놀랄만한 분이 오셨다'라며 반기문 총장이 전격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이런 식으로 전격 입당을 하게 되면, 설 연휴 내내 반기문 총장과 바른정당으로 전국의 차례상 화제가 뒤덮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처럼 '정치 9단'이라면 모를까, 반기문 전 총장이 그런 결단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주변에서 보좌하고 있는 외교관그룹들도 성격이 '좌고우면'"이라고 평했다.

    '대국민 귀국보고' 지방순회 일정이 하필이면 충북에서 시작돼 대전에서 끝났다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지금껏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충청권에서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기문 전 총장의 지방순회 도중 충청권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핵심 화제로 부상하면서, 지역민들 사이에서 삼삼오오 토론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전 총장이 대전을 방문한 19일 유성온천지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모 씨는 "3김시대 때 JP 그분도 한 번은 대통령을 했어야 한다"며 "천운이 없었는지, 배짱이 없었는지, 아니면 우리 충청도 사람들이 똑똑치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간접적으로 '충청대망론'을 지지하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