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발전시키겠다"외에 시선끄는 발언 부족…메시지 전달은 숙제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광주광역시를 찾았다. 그는 이날 5·18 민주 묘역 참배키로 하면서 일각서 시위대 등과 충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을 깨고 매끄럽게 진행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광주광역시를 찾았다. 그는 이날 5·18 민주 묘역 참배키로 하면서 일각서 시위대 등과 충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을 깨고 매끄럽게 진행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8일 민주화의 고장으로 불리는 광주를 찾아 호남에서 국민 대통합 행보를 계속했다.

    5·18 민주 묘역에서 순조롭게 참배가 이뤄지는 등 호남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적은 반감을 확인한 가운데, 메시지 전달은 숙제로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조용한 가운데 5.18 민주묘역 참배를 순조롭게 마쳤다. 반 전 총장은 "아주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하신 분들의 뜻을 더욱 계승·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기념비를 찾아 간단히 추도식을 한 뒤, 신묘역으로 향해 안치된 유해 3구를 둘러보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그의 광주 방문은 전날 김해 봉하마을·진도 팽목항 방문 등과 함께 국민 대통합 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 거제를 시작으로 부산, 김해, 진도, 광주, 여수 등을 방문하며 국민 대통합을 위한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반 전 총장의 광주 방문은 격렬한 반대시위 없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조선대학교 강연에서는 비록 강연장 앞에서 몇 명이 시위를 벌이기는 했지만 조선대학교 학생이 아닌, 시민단체 소속 학생들이 시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반 총장에 관한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토론회가 진행된 해오름관의 대강의실은 그의 토론을 들으러 온 사람들로 좌석 대부분이 채워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광주광역시에 있는 조선대학교에서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보수세가 약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호남에서의 강연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을 찾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광주광역시에 있는 조선대학교에서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보수세가 약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호남에서의 강연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을 찾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심지어 앞서 아침 일찍 진행한 5.18 묘역 참배 현장에서는 친문 지지자들 대신 반사모 회원들이 와서 '반기문' 구호를 연호하기도 했다.

    전날 경남 김해에서 경남 노사모 회원들이 봉하마을 참배를 막아선 것과 '박근혜 정권 퇴진 진도 운동본부' 회원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반 전 총장을 막아선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상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노무현 정부 출신이면서도 충청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문세력과 친노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배신감이 강하지만 DJ 세가 강한 호남에는 이같은 반발심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호남에서는 여전한 DJ 세가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장성민 전 의원이다. 16대 국회의원이자 DJ계 적통으로 분류되는 그는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북 콘서트에 3만여 명을 결집하며 세를 과시한 바 있다.

    호남에서의 반문(反文) 세가 결과적으로 반 전 총장에 대한 관심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반 전 총장은 충청 출신으로 지역 구도를 비껴가는 위치에 서 있다. TK·PK 주자들이 즐비한 기존 보수 후보와 달리 호남에서 득표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반 전 총장이 국민 대통합이라는 커다란 화두를 던지며 야심 차게 일주일 행보를 한 것 치고는 던진 메시지가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특별할 부분이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반 전 총장은 "광주와 호남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시발점이자 원산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이렇게 희생을 거쳐 이룩한 민주주의를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는 새누리당에서 대표를 했던 김무성 의원의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전 대표는 지난 3월 전국호남향우회중앙회 정기총회에서 "호남은 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중심이었는데, 패권주의로 인해서 호남이 소외되고 호남인의 자존심이 마구 무시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