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지하1층 출입구는 폐쇄…척당불기 봤다? 의원실에는 의자제세 뿐
  • ‘의원회관 지하1층 출입구 통해 의원실에서 직접 전달’ 

    2011년 6월 지하1층 출입구는 폐쇄…척당불기 봤다? 의원실에는 의자제세 뿐

  •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연합뉴스
    ▲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연합뉴스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10차 공판이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의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검찰측 마지막 증인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심문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윤승모, 의원회관 지하1층 출입구 통해 의원실에서 직접 1억원 전달 주장
    이날 윤승모 전 부사장은 1억원을 담은 쇼핑백을 들고 의원회관 지하1층을 통해 홍준표 의원실(707호)로 갔고, 직접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관련 언론보도들과 관련해 ‘소설’이라고 일축하며 자신은 돈의 전달 과정을 일관되게 검찰에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제시한 4차례 진술조서에도 그렇게 기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윤승모 전 부사장은 1억원 쇼핑백을 홍준표 의원의 소파 옆에 두었고 홍준표 의원의 지시로 나 모 보좌관이 이를 들고 나가 그의 책상 아래에 둔 것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실 구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척당불기(倜儻不羈)란 액자를 봤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한자가 어렵고 이상해서 사전을 찾아 봤다고 덧붙였다. 매우 상세한 정황과 일관된 진술로 신빙성이 높아 보였다. 
  • 홍준표 경남지사 ⓒ경상남도청
    ▲ 홍준표 경남지사 ⓒ경상남도청

    변호인측, 의원회관 지하 1층 출입구는 당시 폐쇄 중

    하지만 오후에 이어진 변호인의 반대심문에서 그의 주요 증언 중 일부에서 사실과 다른 점이 밝혀지면서 재판부의 표정도 변했다. 

    변호인측은 윤 전 부사장이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2011년 6월에는 의원회관 지하1층은 폐쇄된 상태란 점을 밝혔다. 당시 기자도 국회를 출입하고 있어서 신축중인 의원회관 신관과의 연결통로 공사로 인해 지하1층 접견실 쪽 출입구는 폐쇄된 상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윤승모 전 부사장이 돈을 전달한 경로로 밝힌 증언 중 일부가 사실이 아니란 점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윤승모 전 부사장은 늘 그쪽으로 출입을 해서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억이 다 정확할 수는 없으며, 돈을 전달한 장소와 정황이 중요하지 의원회관 출입구가 어디였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란 주장이다. 

    의원실 내부 구조 윤승모 증언도 사실과 달라

    이어진 변호인의 반대심문은 윤승모 전 부사장이 돈을 전달한 장소로 지목한 의원실 내부 구조로 이어졌다. 윤 전 부사장은 자신이 앉았던 소파의 뒤편에 창문이 있었다고 증언했지만 창문은 홍준표 의원이 앉았다고 지목한 소파의 뒤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은 2011년 6월  홍준표 의원의 언론인터뷰 사진과 기사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 사진에는 홍준표 의원 앉은 중앙 소파의 뒤편에 커튼이 쳐진 창이 있다. 

    윤 전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취지의 반박을 했다.  

    척당불기(倜儻不羈) 봤다는 윤승모 Vs. 의자제세(義者濟世) 뿐이라는 변호인

    변호인들이 방의 내부구조를 물어보는 과정에서 윤승모 전 부사장은 돈을 전달하던 그 날에 홍준표 의원실에서 액자인지 족자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척당불기(倜儻不羈)란 한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한자가 어려워서 사전을 찾아본 기억이 분명히 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승모 전 부사장의 이 주장도 변호인들의 반대증거 제시로 깨져버렸다. 

    변호인측은 당시 의원실에는 의자제세(義者濟世)란 액자가 걸려있었다고 주장하며 당시 언론인터뷰 사진을 제시했다. 변호인측은 척당불기(倜儻不羈)란 액자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실에 걸어뒀던 것으로 의원실에는 걸어둔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승모 전 부사장은 ‘자신의 기억에는 본 것이 맞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윤승모의 주요 증언들 사실과 달라…'기억이 나질 않아'

    윤 전 부사장이 변호인측의 반대심문에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였던 주요 증언인 ▲ 출입통로(지하1층 출입구) ▲ 의원실 내부 정황(창의 위치와 액자 내용)이 변호인의 반대심문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윤 전 부사장의 증언 중 남아있는 대목은 쇼핑백에 돈을 담아 홍준표 도지사에게 직접 건넸다는 대목 뿐 이다. 돈을 건넸는지를 두고 다투는 재판에서 이를 입증할 검찰 측의 주요 정황들이 이번 공판을 통해 무너지면서 담당 검찰의 표정도 상당히 어그러졌다. 

    오래된 일이어서 윤 전 부사장의 기억이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그가 1억이란 거금을 전달한 날짜를 기억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10차 공판을 통해 돈을 전달한 장소인 의원실을 출입한 경로와 의원실 내부 상황에 대한  그의 증언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마지막인 성완종 리스트 홍준표 10차 공판은 범죄의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주)
    척당불기(倜儻不羈) 기개(氣槪)가 있고, 뜻이 커서 남에게 눌려지내지 않음을 이르는 말. 
    의자제세(義者濟世) 의로운 자가 세상을 구한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