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6억 무슬림 가운데 90% 이상이 수니파…이란 주재 공관 습격, 부정적 인식 커
  •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대립 양상이 점차 이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유튜브 '테스트튜브 뉴스' 채널 영상 캡쳐
    ▲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대립 양상이 점차 이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유튜브 '테스트튜브 뉴스' 채널 영상 캡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갈등에서 ‘소수파’인 이란을 향한 역풍이 점점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우군’을 모조리 소집하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일(현지시간) 걸프협력회의(GCC), 아랍연맹, 이슬람협력기구(OIC)의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이 ‘수니’파 무슬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란에 대한 ‘포위’에 돌입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 문제 보다는 지난 3일 일어난 이란 테헤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과 총영사관 습격, 방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 대사관 습격 및 방화 사건이 일어난 뒤 바레인, 수단은 이란과의 국교를 단교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관계를 공사급으로 격하했으며, 쿠웨이트는 이란 주자 자국 대사를 소환, 이란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들은 모두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습격 및 방화 사건을 빌미로 삼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란 포위작전’에 수니파 무슬림 국가들은 적극 호응하는 모양새다. 오는 9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GCC 외무장관 회의가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10일 회원국이 22개 무슬림 국가인 아랍 연맹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갖는다. 이때부터 이란에 대한 수니파 무슬림 국가들의 구체적인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만, 이라크와 러시아, 터키 등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비공식 중재를 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양국 간의 갈등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세계 16억 무슬림 인구 가운데 90%가 수니파라는 점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이란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의견이 많다.

    때문인지 시아파 성직자 처형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를 ‘인권탄압국가’라고 맹비난하며 “저들이 우리가 강대국인지 모르는 모양”이라며 위협하던 이란 정부는 목소리를 줄이는 분위기다. 이란 지도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과 영사관을 공격한 시위대를 검거해 엄벌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종교 최고지도자이자 사법부 수장인 아야톨라 사데크 아몰리 리리자니에게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습격하고 방화한 범인들을 엄벌, 이 같은 사태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군부 책임자인 모흐센 카제메이니 혁명수비대 사령관도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외교 공관을 공격한 일은 추한 행동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습격한 시위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란 일부 언론은 “시위대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으로 모이기 전에 불이 일어났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시아파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여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 지난 3일 이란 테헤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습격 및 방화 소식은 미국 등 서구 진영에서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과거 이란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美공영 PBS 보도화면 캡쳐
    ▲ 지난 3일 이란 테헤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습격 및 방화 소식은 미국 등 서구 진영에서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과거 이란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美공영 PBS 보도화면 캡쳐

    이처럼 처음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성직자 집단 처형으로 국제적인 동정을 받았던 이란이 순식간에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은 이란 시위대의 외국 공관에 대한 습격과 방화 탓이다.

    1979년 이란에서 무슬림 혁명 직후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의 테헤란 주재 공관들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은 바 있고,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들이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 2011년에는 리비아에서 무슬림 무장 시위대에 의해 벵가지 총영사관이 습격을 받아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와 직원 3명이 살해당하기도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서방 국가는 물론 무슬림과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동구권 국가들까지도 시위대의 ‘공관 습격’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 탓에 이란 정부는 자국이 지원하던 시아파 성직자들이 처형을 당했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