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극심한 경제난 불구 조총련에 4천7백억 ‘교육원조’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일본지역회의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在日 조선학교의 교육 발전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민주평통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일본지역회의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在日 조선학교의 교육 발전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민주평통


    일본 조총련계 조선학교의 좌편향된 교육이, 재일동포 청소년들의 균등한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재일 조선학교의 교육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일본지역회의(부의장 오공태)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在日 조선학교의 교육 발전 방안"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고, 조총련계 학교들의 좌편향된 교육 행태를 비판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균형잡힌 교육을 제공해야 할 교육기관들이 북한의 교육내용과 동일한 '김일성 주체사상과 유일사상 체계'를 교육하고, 민족교육이란 명목 아래 김일성 사상을 보급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민주평통 일본지역회의’와 ‘미야쯔까 코리아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미야쯔까 토시오 ‘미야쯔까 코리아연구소’ 대표를 비롯해 박두진 코리아 국제문제연구소장, 이인자 동북대학교 교육학연구과 교수,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인덕 청암대 교수, 미야쯔까 수미코 박사 등이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미야쯔까 토시오 교수는, 북한이 조총련계 재일 조선학교에 4,730억 원에 달하는 교육원조자금을 보내는 등, 재일동포 청소년들을 상대로 북한의 세습체제와 김일성 사상을 세뇌교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야쯔까 교수는 "북한은 김일성이 사망한 시점부터 총 160회에 걸쳐 4730억 원(2014년 기준)에 달하는 교육원조자금을 조총련에 보냈다"며, "북한이 혹독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조총련에 교육원조자금을 보내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야쯔까 교수는 "북한은 ‘민족교육 보호’를 위해 조총련에 교육원조자금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민족학교를 운영하는 목적은 민족교육이 아니"라며, "조총련의 실질적인 통제를 받고 있는 조선학교는 좌편향된 민족교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미야쯔까 토시오 ‘미야쯔까 코리아연구소’ 대표. ⓒ민주평통
    ▲ 미야쯔까 토시오 ‘미야쯔까 코리아연구소’ 대표. ⓒ민주평통

    미야쯔까 교수는 재일 조선학교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교육과정을 갖고 있는지 설명했다.

    조총련계 조선학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재일 조선인이 조선어를 사용해 후세들을 교육하는 국어강습소에서 시작됐다.

    1950년 중반 한국계와 북한계 재일동포는 각각 학교를 설립했다.

    조총련은 북한계 조선학교를 정규교육과정(취학 전 교육,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으로 소개하면서, 그 정점에 있는 조선대학교는 공화국의 권위있는 민족교육의 상징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1960~70년대 일본의 47개 광역지자체는, 조선학교를 각종학교로 인가하기 시작했고, 1975년에는 조선학교의 학교수와 학생수가 절정을 이뤘다"


    미야쯔까 교수는 조선학교가 민족교육을 시킨다는 이유로 ‘민족학교’로 불리며 특종학교처럼 운영됐지만, 당시 조선 초·중급학교와 조선대학교 학생들은 조선어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학교가 민족교육을 실시한다고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일본의 학년제에 맞춰 북한의 교과서와 교육방침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야쯔까 교수는 조총련계 조선학교는 교과서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까지 분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유일하게 입수된 '현대조선역사 고급' 교과서에는 북한의 발전된 모습과 김정일 주체사상, 선군정치를 일방적으로 칭찬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밝혔다.

    미야쯔까 교수는 “조선학교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생활해야 하는 재일교포들과 학생들의 장래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특히 조선학교는 '혁명역사'라는 과목을 통해 좌편향된 이념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야쯔까 교수는 "조선학교는 민족교육을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김일성 주체사상과 유일사상 체계를 교육하고 있을 뿐"이라며, "조총련 조선학교는 북한이 재일교포를 세뇌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 박두진 코리아 국제문제연구소장. ⓒ민주평통
    ▲ 박두진 코리아 국제문제연구소장. ⓒ민주평통

    박두진 코리아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조종련계 조선학교의 교육은 ‘북한의 공민교육’과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조총련계 학교 내부에서도 ‘북한 독재정권을 추종하는 교육’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두진 소장은 "조총련계 학교는 전성기엔 1,600명의 학생이 다닐 정도로 성황을 이뤘으나, 조총련이 북한정부의 종속물이 되면서, 지난해 입학생은 120명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북한의 국가주의적 공민교육이 조선학교를 변질시켰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조총련계 학교의 역사와 문제점을 ▲민족교육을 빙자해 교육과정을 북한의 공민교육과 같이 변질시킨 점 ▲김일성 절대화 교육에 의한 조선학교 교육의 쇠퇴 ▲민족교육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일부 교육관계자와 학부모 ▲조선학교를 민족교육 기관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언 등으로 나눠 소개했다.

    “조선학교가 각종학교로 분류된 것은 일본정부의 간섭을 배제한 채, '북한 공민교육'을 실시하고 싶은 조총련의 의지 때문이다.

    1967년 조선총련 제8회 대회 이후 조총련 커뮤니티에는 '김일성 절대화'의 파도가 밀려왔다. 하지만 북한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북한의 실상을 전해들은 재일교포들이 '북한 동화 교육'이 아닌, 민족성 유지를 희망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때부터 조선학교는 눈에 띄게 쇠퇴했다.

    재일교포가 원하던 민족교육은 언어·역사·문화 등 민족적 정체성 확립에 필요한 교육과 일본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이었지만, 조총련의 교육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충실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었다.“


    박두진 소장은 "재일교포들은 조선학교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 '북한 공민교육'에 대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조선학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며 "현재 재일교포사회에서도 좌편향된 교육에 대한 인내심에 한계가 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학교를 자주적 민족교육노선으로 전환시키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선학교를 조총련에서 분리시켜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조선학교를 민족학교로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 ▲민주적 민족교육마당의 증가 ▲정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한국 국적학생에 대한 대책 마련 ▲조선학교 개혁을 방해하는 한국 일부 세력에 대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대책 방안을 제시했다.

  • 이인자 동북대학교 교수. ⓒ민주평통
    ▲ 이인자 동북대학교 교수. ⓒ민주평통


    이인자 동북대학교 교수는 '일본 이주 100년의 삶과 교육'이라는 주제로 재일한국인을 이주자로 보는 관점에서, 이국 땅에서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제주도 고내리 출신 교포들의 교육을 소개했다.

    이인자 교수는 "1917년 제주도의 작은 어촌인 고내리에서 1명의 청년이 도쿄로 건너오며 고내리 주민 이주 역사가 시작됐다"며, "1명의 청년을 통해 고내리 사람들의 일본 이주가 이어졌고,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일자리와 살아갈 곳을 서로 소개하며 일본 내 고내리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인자 교수는 조총련계 조선학교의 문제점이나 좌편향성을 지적하진 않았지만, 고내리 이주자의 친목회 사례를 소개하며, 참된 민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부터 20년 전 나는 그들의 집주지역인 아라카와구 미카와시마에서 2년간 거주하며 인류학적 현지조사를 벌였다.

    20년 사이 고내리 마을 친목회 회원수는 800명에서 600명으로 줄었지만, 매년 신년회를 비롯해 부인회 모임이나 여행, 골프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있다.

    그 기저에는 민족교육이 있다. 오늘 발표에는 직접적인 민족교육을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이주자들이 타향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고내리 친목회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 발표 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와 김인덕 청암대 교수는 조선학교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심과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통
    ▲ 발표 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와 김인덕 청암대 교수는 조선학교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심과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통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에서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재일동포들은 한국·북한·일본 국적으로 서로 화합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반세기를 어우르며 현재까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오랜시간 체제대립으로 화해하기 힘든 상황에서 살아온 재일동포들이, 하루 아침에 협력을 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희관 교수는 "조총련계 학교는 77개로 조선학교 상당수의 학생과 선생님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학교와 조선학교가 어떤 미래를 공유해야 하는지, 조선학교를 우리의 미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인덕 청암대 교수는 "재일 조선학교 문제만을 가지고 한국에서 학술회의를 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일동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는 큰일을 했다고 평가한다"면서, "재일동포의 조선학교 문제를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인덕 교수는 그러면서 "정부기관에서 한민족에 대한 자료집을 만드는데 있어 중국이나 미국동포에 비해 재일동포에 대한 관심이 적은것 같아 아쉽다"며, "63개 지역에 97개의 학교가 존재하며 6,000명의 학생이 있는 재일동포에 대한 관심을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