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야 어찌되는 내 밥그릇 챙기기' 비난도... 업계 구조조정 불가피 의견도
  • 국내 9개 조선사 노조들이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공동투쟁의 뜻을 모은다. 조선업종은 산업규모가 방대하고 노조의 조직력도 큰 편인데, 이들 9개사 노조의 경우 대다수가 '민주노조'를 지향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하투(夏投)가 예상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오는 30일 경남 거제에서 '전국조선소 노동자대회'를 열고 본격 출범식을 갖는다. 지난 2월 구성된 노조연대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 한진중공업지회 STX조선해양지회 성동조선해양지회 신아sb지회 등으로 구성됐다.

    각 사 노조들이 한데모여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조선소 산업재해 근절대책 마련, 중형조선소 활성화와 고용안정, 조선소 국외매각·이전규제 등을 정부 측에 촉구할 예정이다. 또 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마련하는 등 올 임협과 관련해서도 공동으로 대응해 가겠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가 유래없던 침체기를 수년째 겪고 있고 대형조선사들 마저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회사야 어찌되든 제 밥그릇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투쟁이 아니겠냐는 비난들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평균 임금수준은 약 7천여만원 수준인데, 이는 조선업이 한창 호황기이던 시절 형성됐던 것"이라며 "경영상황이 어려워 지더라도 한번 올렸던 임금을 쉽사리 내릴 수는 없어 회사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는 노릇인데, 노조는 오히려 매년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인상과 동시에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조와 달리 업계에서는 어느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제조업 특성상 조선사의 경우 인건비와 생산성이 영업이익률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R&D(기술개발) 투자 못지않게 인건비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수주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과거 조선업계를 호령하던 유럽과 일본이 한국 조선사들에게 자리를 내준 것도 높아진 임금, 기술투자 축소 등 영향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초 고임금, 엔고 등 여파로 조선사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자 업체들을 통폐합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임금수준이 높아질대로 높아져버린 한국이 저임금과 엔저를 무기로한 중국, 일본에 맹추격을 당하는 상황이다. 한동안 기술우위를 보이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분야에서도 중국, 일본업체들의 수주가 지속 늘고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긴장감은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의 경우 임금수준은 높으면서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차, 부장급 인원들의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과장급 사무직 인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지난해 19년 무분규 기록이 깨진 현대중공업의 노사갈등은 올해 더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 회사 노조는 최근 기본급 대비 6.77% 오른 12만7650원의 임금인상안을 사측에 전달했는데, 양측은 본격 협상도 전부터 상견례 날짜 등 교섭방식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