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1600조 필요... "보험료 2배 올려야" vs "1.01% 올리면 충분"

  • 엉터리 공무원연금 개혁이 '벌집쑤신 꼴'이 되고 있다. 여야가 난데없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들고 나오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작 보험료를 내야할 주체인 2100만명 이상의 국민연금 가입자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합의'에 그쳤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와 일반 서민들은 매달 내야할 국민연금 보험료가 두 배이상 오를 것이라는 우려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화들짝 놀란 여야는 급기야 이번 공무원연금 처리과정에서 국민연금 부분을 명시하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싸늘한 여론을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소득대체율 50%...추가 1600조 필요

    소득대체율이란 개인이 직장에서 평균적으로 번돈과 비교해 연금을 몇 %나 받을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여야는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를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을 내놨다. 국민의 노후를 위해 이른바 용돈연금이라는 혹평까지 받는 연금을 더 많이 주겠다는 갸륵한 의도다.
     
    만약 50%로 인상할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은 160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2044년 적자, 20060년 기금 고갈이라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에 추가 재원 마련은 엄두도 못낸다.
     
    여야는 330조 규모의 공무원연금 절감분 20%를 국민연금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략 60조원 규모로 1600조에 비하면 '언발에 오줌누기 격'이다. 더욱이 60조원은 손에 쥐고 있는 돈도 아니다. 이미 누더기가 되버린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재정절감효과도 미미한 수준인데 국민연금을 지원하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여야의 합의안 대로라면 공무원연금은 이번 개혁에도 불구하고 2080년 2000조가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1500조 이상은 여전히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을 애꿎게 끼워넣어 공무원연금 개혁안 후퇴에 대한 비난을 불식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지적까지 하는 이유다.

    ◇ 정부 "두 배 이상 올려야"
     
    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여야 합의안이 나오자마자 소득대체율을 50%로 조정할 경우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두배 수준인 16.69%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4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보험료를 야댱 주장처럼 10.01%로 올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 기금이 떨어지는 2060년이 되자마자 가입자는 당장 소득의 25.3%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를 두 배 수준으로 올려야 가능하다. 보험료를 두 배 올릴 자신 있느냐. 그렇게 하지 못하면 포퓰리즘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부담은 계속 커져 보험료율이 2075년 27.7%, 2083년에는 28.4%로 올라 미래세대 근로자들이 급여의 30% 가량을 연금 부담에 쏟아부어야 한다고까지 했다. 국민연금기금이 2100년 이후에도 유지되는 것을 가정해 최대한 필요한 국민 부담분을 언급한 것이다. 기금이 2095년과 2088년 소진되는 것을 가정하면 보험료율은 각각 13.48%, 12.9%로 올려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2060년 고갈된다고 해서 재정 추계를 그 시점에 맞출 필요는 없다"며 "미래세대 부담을 늘지 않고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야당 "보험료율 1.01% 포인트 올리면 돼"

    이 같은 복지부 주장에 대해 야당은 보험료율을 1.01% 포인트 올리면 4년 앞당겨진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정부가 고갈 시점을 무한정 뒤로 미루면서 당장에 큰 부담이 생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가령 국민연금에 매달 13만5000원을 납부하는 월평균 급여 300만원 근로자라면 월 1만5000원만 더 내면 고갈 시점이 단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 국민연금제도 기반이 흔들리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기금이 2060년에 소진된 후 국민들이 부담하는 금액 역시 소득대체율과 무관하게 큰 폭으로 뛰게 된다"고 밝혔다.
     
    야당은 복지부가 소득대체율 인상이 마치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호도한다고 보고 있다. 어차피 2060년이 되면 소득대체율이 40%로 유지된다고 해도 가입자 부담이 21.4%로 뛰고 2075년 22.5%, 2083년에는 22.9%가 돼 국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누구 말이 맞는거야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우선 정부 주장은 과장됐다.
     
    소득대체율을 건드리지 않더라도 기금 소진 시기를 2060년 이후로 연장하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복지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기금 소진 시기를 2088년까지 연장하려면 보험료율을 12.91%, 2100년 이후로 연장하려면 14.11% 또는 15.85%까지 올려야 한다. 지금 보험료율 9%보다 1.6∼1.8배 정도 올려야 기금 소진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기금 소진 시기가 2060년이라고 국민연금기금 재정 목표를 2060년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복지부의 주장도 타당하지만 상당부분 부풀려진 것도 사실이다.
     
    야당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야당은 보험료율을 1.01% 포인트 올리면 4년 앞당겨진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연금을 받는 노인 인구가 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국민연금 기금은 줄어드는 현실에서 소득대체율까지 50%로 올리겠다는 근거로는 지극히 박약하다.
     
    지난 2007년 참여정부 시절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차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정부 주장대로 두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험료율을 지금 9% 보다 4, 5%포인트는 인상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보험료율을 올릴 수 있겠나"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2007년 국민연금 개혁 때도 60%였던 소득대체율을 50%로 바꾸고, 3.9% 포인트의 보험료율 인상을 주장했는데 씨도 안 먹혔다"며 "결국 보험료율을 동결하고 소득대체율만 40%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여야가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