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악동 로드맨의 방북 뒷이야기


    최다미 기자 /뉴포커스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미 프로농구(NBA)의 악동으로 불린 로드맨과 미 할렘 묘기농구단 선수들이 북한을 방문했다.


    같은 일행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미국인이 3월 28일 뉴포커스 사무실을 찾아왔다.
    북한 관련 자료 확인차 들렀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으로 인터뷰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대신 언론에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로드맨의 방북 뒷이야기를 자세히 말해주었다.

     

  • ▲함께 식사를 하는 김정은과 로드맨의 모습


    -북한이 장거리로켓 실험과 핵실험을 한 뒤여서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보낸 ‘농구사절단’이 아니냐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떻게 방북이 성사됐나?
    또 무슨 목적으로 갔나?

    "그건 전혀 틀린 억측이다. 로드맨의 평양방문은 로드맨 자체도 알지 못했던 일이다.
    전쟁 중이나 좀 폐쇄적,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을 찾아다니는 HBO라는 케이블 방송이 있다.
    여기 뉴스쇼는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여기서 기획한 방북이었다.
    김정은이 농구광이기 때문에 유명 농구선수가 가면 얼마든지 만남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되면 TV쇼의 목적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타산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이클 조던에게 요구했었지만 그가 거절했다.
    로드맨은 조던 대신 선발된 후보자였다."


    -그런 방북이었다면 왜 요란하게 공개적으로 평양에 갔나?

    "평양에 체류 중인 미국 AP통신 특파원이 재미교포 출신이다.
    아마 북한 외교부 사람들을 통해 그 정보를 알게 된 것 같다.
    처음엔 비공개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녀가 트위터로 알리는 통에 공개되고 말았다."


    -로드맨으로서는 처음 가보는 평양이다. 평양공항에 내릴 때 첫 소감이 어땠나?

    "어둡고 또 무질서했다.
    같은 중국 발 비행기를 타고 온 여행객들 대부분이 북한 사람들이었는데, 무슨 짐이 그렇게 많은지 정말 놀랐다.
    분명 무게 제한과 요금부과가 있었겠는데 참 대단했다.
    공항 짐 찾는 곳에서 평양 주재 외교관이라고 소개한 흑인 부부가 우리에게 접근하여 조용히 이런 말을 했다.

    '이 나라엔 제조하는 곳이 전혀 없다. 모두 저렇게 중국에서 물건을 사온다.'


    -공항에서 평양 시내까지 들어갈 때의 인상은 어땠나?

    "그냥 그랬다. 앞으로 평양을 또 가야 해서 말조심 하려고 한다."(웃음)


    -어느 호텔에 묵었었나?

    "고려호텔이었다.
    39층을 통째로 빌려주었다.
    정말 대단했다.
    김정은이 직접 요리사와 음식을 보내줘서 매끼마다 음식이 요란했다.
    나도 미국에서 많은 좋은 음식을 만나보았지만 정말 최고였다.
    샐러드가 좀 드물어서 아쉬웠지만 육류, 회, 그리고 다른 한식들도 맛이 대단했다.
    미국에도 한국음식점이 있지만, 비교가 안됐다.
    매 끼마다 아주 비싼 프랑스
    포도주가 나왔다.
    2명의 카메라맨 중 한 명이 생일이었다.
    생일상까지 차려주고 삼페인까지 있어서 놀랐다.
    마지막 날엔 김옥이가 왔었다."


    -그 여성이 김옥인 줄 어떻게 알았나?

    "한국 언론들이 김정일의 부인이라며 TV로 여러 번 소개하지 않았나.
    그 얼굴이었다.

    우리가 묵었던 39층은 누구도 쉽게 올라오지 못하도록 통제 돼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으로 혼자 와서 뭘 더 필요 없는가고 물을 정도여서 대단하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김옥이었다.
    김정은과 로드맨이 농구관람을 할 때에도 한 쪽에 서있었다.

    김정일의 전 부인이라기보다 귀빈접대업무를 책임진 사람 같았다.
    머리를 빗지 않은 것처럼 많이 풀어져 있었다."


    -북한의 그 환대에 선수들이 많이 좋아했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농구관람이 끝난 후 김정은과 함께 하는 파티가 있었다.
    그때 선수 중 한 명이 평양소주를 너무 많이 마시고 취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욕조 안이었다.
    로드맨도 김정은의 환대에 취했는지, 3월 1일 공항에서 갑자기 비행기표를 바닥에 던지며 안 가겠다고 난리쳤다.
    겨우 설득했다.
    그는 분명 김정은의 친구로 다시 평양을 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을 만나거나, 또 그들의 생활을 엿볼 기회는 없었나?

    "없었다.
    그냥 최고의 안내뿐이었다.
    조금 이상한 것은 우리가 가는 곳마다 전기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거리가 밝아지고 아파트 불들도 들어왔다.
    우리가 보는 곳, 가는 곳마다 환해지자 평양에서 좀 살았다는 어떤 외국인이 당신들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귀띔해주었다."


    -방문기간 이상한 나라라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나?

    "몇 번 있었다.
    우선 김정은과 로드맨이 농구관람을 위해 경기장에 등장했을 때였다.

    관객들은 거의 10분 넘게 만세를 부르며 박수를 쳤다.
    처음엔 환영의 박수인 줄로 알았는데 너무 길었다.
    나중엔 왜 이러나 싶었다.

    로드맨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때는 사인을 잘못했을 때였다.
    고려호텔 아가씨들이 김정은과 로드맨의 얼굴사진이 실린 노동신문을 들고 왔다.
    그 아가씨들은 축하한다고 말하는데 로드맨이 사인해달라는 것으로 잘 못 알고 그 사진 위에 사인을 해버렸다.
    순간 아가씨들도 옆에 섰던 안내자의 얼굴도 사색이 됐다.

    그들 중에는 쏘아보는 아가씨도 생겨났다.
    갑자기 사인한 노동신문을 쓰레기처럼 심하게 구기더니 가져갔다."


    -농구 경기하는 모습을 TV로 보았다. 시설은 좋았나?

    "한국 현대가 지원해준 경기장이어서 좋았다.
    농구대는 처음에 중국산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질이 안 좋아서 한국의 ‘동아’라는 회사에서 지원한 것이어서 참 좋았다."


    -로드맨 방북일화에 대해 좀 더 말해줄 것은 없나?

    "이 정도 말하려고 한다.
    앞으로 좋은 기사를 많이 써달라."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